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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등산을 하는 이유에 대해 : 취미의 필요성과 즐거움

이승보 2023. 10. 1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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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0
2023 영남알프스 8봉 인증 마지막 산행인 운문산, 가지산 인증을 하고 하산길에 문득 ‘나는 왜 등산을 하고 있고, 등산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동영상을 찍으면서 자문자답을 한 내용

나는 왜 등산을 하는가

왜 산을 좋아하고 등산을 취미로 가지게 되었는가

모든 취미의 공통점

내가 생각하기에 모든 취미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바로 취미 활동을 하는 순간에는,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하는 순간에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 다는 것이다. 꼭 등산이 아니더라도 다른 취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림 그리는 것을 예로 들어보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취미로 한다면 그림을 그릴 때는 그림 그리는 것 자체만 생각하고 집중하고 즐길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 학교 숙제, 내일 해야 할 회사 업무, 재테크, 어제 저녁 친구와 나눴던 대화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혹시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그림 그리는 것에 온전히 집중을 못한 순간일 것이고 그림을 제대로 그린 게 아닐 것이다. 등산, 그림 그리기 외에도 축구, 농구, 헬스, 골프, 수영과 같은 운동도 마찬가지고(오히려 운동은 몸을 사용하면서 더욱더 그 순간에 집중하게 한다), 스쿠버 다이빙과 독서, 보드게임도 똑같이 다른 생각이 들지 않게 한다.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은 곧 그 취미활동을 하는 그 순간에 집중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가진 취미들은 모두 그 순간을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들이고 다른 잡생각이 들지 않게 해주는 것들이다.

그 많은 취미 중 왜 하필 등산인가

앞서 말했듯이 몸을 움직이고 사용하는 취미일 수록 좀 더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운동이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그리고 보통 운동이라고 한다면 헬스와 함께 축구, 농구 같은 구기 종목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구기종목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구기종목의 경우 어린 시절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과 어울려서 하면서 그 재미를 느끼고 실력도 늘어서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는 어릴 때 학교에서 땀이 난 상태로 지내는게 싫었고 그러다보니 친구들이 축구, 농구를 할 때 구경을 95%는 구경을 하기 일수였다. (물론 잘하지 못하니 더욱더 끼이지 못한 경우가 갈 수록 더 컸다) 그리고 구기종목의 대부분은 팀 게임이다. 나는 성격상 사람들과 어울려 팀으로 하는 것보다는 혼자서 하는 편을 선호하기에 구기종목과 같은 운동보다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등산이 좀 더 어울린다.

이거는 왜 등산인가에 대한 답이 아니라 왜 등산말고 다른 운동을 취미로 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답이었던 것 같다. 등산을 취미로 가지게 된 이유에 대해 본격적으로 들어보자.

① 캠핑에서 시작해 백패킹, 그리고 산으로

첫 번째로는 코로나 시즌에 백패킹과 캠핑을 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산으로, 자연으로 가는 일이 생기면서 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 큰 것 같다. 많은 우리나라의 등산하는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에 산이 워낙 많으니 그냥 자연스럽게 산에 관심을 가지고 산으로 향했다. 백패킹을 하면 노지캠도 있고 바다도 있지만 산으로 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② 멋진 풍경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두 번째로는 높은 산에서 내려다보다는 풍경이 참 멋지고 좋다. 어릴 때부터 높은 곳에서 전망 보는 걸 좋아했고(고소공포증 있는 사람 외에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고층 빌딩이나 옥상, 산 처럼 높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게 좋았다.(그래서 옥탑방에 살기도 했었다) 높은 곳을 좋아하면 고층 빌딩을 올라갈게 아니라면 산 말고 또 어디가 있겠는가?

③ 시끄러운 클럽보단 산에 가고파

세 번째로는 자연이 좋아지는 나이라고나 할까. 다이나믹 듀오의 ‘고백’이라는 노래에서 최자 랩 파트에 이런 가사가 있다. ‘시끄러운 클럽보단 산에 가고파’ 내 마음이 딱 그렇다. 예전에는 북적거리고 크게 음악이 틀어진 곳에서 춤추고 노는 걸 좋아했다면(물론 지금도 좋아함), 지금은 조용하고 자연이 있는 산으로, 바다로 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산과 들, 바다와 같은 자연이 좋아지는 이 시기에 유난히 왜 산이냐라고 한다면 산에서 보는 자연은 한결같으면서도 매일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사계절마다 산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때 초록잎과 야생화가 꽃피기 시작하고, 한여름에는 초록이 무성해져서 녹진한 잎들이 있고,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하얗게 내린 눈이 계절마다 다르게 보여준다. 거기다 같은 계절이라도 맑은 날, 흐린 날, 비온 다음 날 처럼 날씨에 따라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들이 산에 갈 때마다 쌓여가면서 좀 더 가서 보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꼭 산 전체의 분위기나 모습이 아니라도 산 속에 있는 나무와 바위 같은 것들도 여러 생김새를 가지고 있어서 연상시키는 모양이 있기도 하고, 분위기나 모양이 웃기거나 멋진 것들도 있어서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④ 지구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운동

네 번째는 당연한 사실인 내용으로 운동이 된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월화수목금 먹고 마시고 한 것을 주말에 등산한다고 살이 쏙 빠지는 그런 류의 운동은 아니지라도, 헬스로 다져진 멋진 근육질의 몸이 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등산을 하는 것은 분명 운동이 된다. 그 중에서도 하체위주로 근력운동이 되긴 하겠지만 근력운동 보다는 유산소 운동에 가까울 것이고, 지구력 운동으로 보는게 제일 적합할 듯 하다. 찾아보면 의학적인 논문이 있을 듯 하지만 귀찮으니 패스한다. 개인적으로 체감하는건 확실히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등 견뎌내는 힘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⑤ 도전, 그리고 성취감

다섯 번째는 한계를 계속해서 갱신하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다. 내가 어느정도 높이의 산에 올라갈 수 있는가, 내가 얼마나 오랜 시간 등산을 할 수 있는가, 내가 얼마나 긴 경로를 산행할 수 있는가, 내가 얼마나 무거운 짐을 들고 등산할 수 있는가 등 매번 다른 산행을 하면서 한계를 뛰어넘을 때마다 스스로 성장했다는 성취감과 늘어난 체력을 느낄 수 있다. 헬스를 하면서 3대운동의 무게를 갱신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한계를 뛰어넘고 성장을 했다는 기분, 성취감, 작은 성공 등은 일상생활과 다른 활동들을 할 때에도 ‘할 수 있다’, ‘노력하면 언젠가 잘 할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을 준다고 생각해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등산의 감사한 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⑥ 새로운 여행만큼 짜릿해

마지막으로는 가보고 싶은, 가야할, 정복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보고 싶은 국가나 장소가 많고 각자의 버킷리스트인 곳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여행을 좋아하고 가보고 싶은 장소가 많다) 산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스개소리로 우리나라에 등산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대한민국 국토의 절반 이상이 산이니, 산이 주변에 워낙 많아서 심심하면 산에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라고 할 정도다. 당장 블랙야크나 산림청에서 지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산이 있기도 하고, 지리산, 영남알프스 등 유명한 산맥의 종주코스도 다양하다. 앞서 계절마다 날씨마다 같은 산일지라도 다양한 모습이 있다고 했는데, 산까지 많아버리니..새로운 산을 매주 주말마다 가도 100대 명산을 다 가보려면 꼬박 2년이 걸린다. 그런데 국내말고 해외에도 유럽의 알프스, 네팔의 히말라야, 남미의 파타고니아 등 멋진 산들이 얼마나 많은가! (대학교 때 스위를 갔을 때 융프라우를 열차 타고 올라갈게 아니라 트레킹을 했어야 했는데!) 그런 곳을 하나하나 찾아갈 수 있고 내 두 발로 직접 가볼 수 있다는 것. 이게 등산을 취미로 가지고 계속해서 지속할 수 있는 마지막 이유인 듯 하다.

 

취미의 필요성과 즐거움

등산에 대한 얘기로 시작했지만 결국 이 생각의 끝에 다다른 결론은 일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하는 것, 즉 취미를 가지는 것의 필요성이다. 여행과 같은 일상탈출을 계획하고 꿈꾸며 하루를 살 수도 있겠지만 탈출만을 꿈꾸는 일상은 너무 힘들지 않은가. 그리고 그런 탈출의 기회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취미는 일상 속 언제나 어디서든 할 수 있다(물론 경우에 따라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나도 예전에는 1년에 2~3번 해외여행을 가는 것으로 그 시간을 기다리며 하루를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꾸준히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진 이후로는 일상이 많이 바뀌었다. 매주 주말 이 산 저 산으로 다니면서 하루하루가 꽉 찬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평일에는 이번 주말 어떤 산으로 가볼까, 날씨는 어떠한가와 같은 생각을 하거나 지난 주말 다녀온 산행의 사진을 정리하면서 복기를 하고 하다보니 매 주마다 여행을 다니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보니 여행을 그렇게나 좋아했는데 이젠 여행에 대한 욕구가 많이 줄었다. 일상탈출에 대한 기대보다는 내가 지금 있는 일상에서 내가 최대한으로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은 기분이랄까.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아니라 즐길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삶이 아닌가. 

자 이제 다들 취미를 가지자. 무슨 취미를 가져야 할 지 모르겠다면 일단 산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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