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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음식당

용답 사계절함흥냉면

by 이승보 2022.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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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7 네이버블로그 작성글

 

 

나의 최애이자 추억이 있는 함흥냉면집.

냉면이 땡기는 날. 용답함흥냉면을 생각하며..


대학시절 즐겨찾던 냉면집이 있었다. 옥탑방에서 내려와 용답역으로 향하는 다리를 건너며 파란하늘과 햇빛, 푸른 개울물과 반사되는 하얀 빛방울들을 보며 어두운용답역을 지나면 나오는 곳. 처음엔 단지 더위를 피하기 위해, 더위를 식히기 위해 그냥 냉면을 먹으러 들어갔다. 어느 동네에나 하나쯤 있을법한 작은 골목가게였고, 그래서 왠지 더욱 정감이 갔던 작은 냉면집이었다. 들어가서 물냉면하나와 비빔냉면하나를 시키고 기다리니 사장님께서 가져다주시는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주전자와 컵 두잔. 주전자에서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뽀얀 사골국물이 들어있었고, 직접 사골을 우려서 육수를 만드신다는 사장님의 말처럼 단지 냉면을 먹으러가면 으레있는 뜨뜻한 사골국물이 아니라, 집에서 엄마가 곰국을 끓여서 몇날몇일을 먹을때의 그런 진한 맛이었다. 그 맛이 참 좋았다. 더웠지만 그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먹다보면 어느새 냉면이 나와있었다.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물냉면의 시원함과 비빔냉면의 달고매콤한 그 감칠맛은 어느새 내 입을 자극하고 중독시켰고, 그렇게 나는.우리는. 여름이면 아니 여름이 아니어도 자주 냉면집을 찾아가 냉면을 즐겼다. 냉면의 맛있음도 한 몫했지만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도 내가 즐겨 찾게 된 이유였다. 비빔을 먹으며 어쩔수없이 땀을 흘리는 내가 테이블 위의 휴지로 닦고있으니, 그 모습을 보신 사장님은 얼굴 닦을꺼면 이걸 쓰라며 냉장고에서 시원해진 물티슈를 건네셨다. 그 후로도 새로운 서빙하시는 분이 와도 우리가 오면 식당용 일회용 물티슈가 아닌 그때 그 물티슈를 주라며 종업원에게 말씀하셨고, 그 종업원은 물티슈와 함께 우리가 시키지않을 물냉면을 가져다주며, "사장님께서 서비스로 드리라고 하시네요. 다른 사람들 모르게 드시면 되요"라고 했다. 그때 나는 물냉면보다 회냉면에 들어있는 쫀득한 회를 즐겼는데, 그럴때면 늘 물냉면을 따로 챙겨주셨다. 그런 것들이 좋았다. 평범한 식당과 손님의 관계가 아니라 단골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고,나 뿐아니라 사장님께서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조금 더 신경써주시는 모습이 좋았다.
그렇게 나는 어느샌가 그 냉면집의 단골이 되어 있었다. 그저 자주 찾아가서 냉면을 먹었을 뿐이고, 사장님과 특별한 얘기를 나눈 것도 아니었지만,어느샌가 단골이 되어 있었다.
졸업을 하고 자취를 하던 곳에서 멀리 살게 되니, 찾아가는 일이 많이 줄었다. 1년에 한 두번? 가끔은 찾아가면 문이 닫혀있었다. 여름이 아니라 장사를 안하시는건지, 평소 손목이 아프다고 하셨는데 편찮으신건지 모르겠지만, 처음과 달리 다시 찾아갈 때는늘 그 냉면의 맛과 사장니의 푸근함을 기대하고 갔는데 문을 열지 않은 것을 보면 기대감만큼 실망이 컸다. 그러고는 냉면을 먹기로 했으니 냉면은 먹어야겠지 하고 근처의 다른 집을 찾아 먹은 냉면은 한참 기대에 못 미치는 맛이었다. 어느새 단골이 된 것처럼 어느새 내 입은 그 냉면집에 길들여져 있어서 기준이 높아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흐르고 다시 찾아간 곳에는 더 이상 냉면집이 없었다. 항상 가 던 그 자리에 냉면집이 없으니 상실감이 너무 컸다. 단지 단골이었던 냉면집이 사라진 것 뿐인데, 내 인생에서 소중한 무언가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냉면의 맛 뿐 아니라, 이제 그 곳에는 내가 있었던 기억들이 좋은 추억으로 자리잡혀 있었기에.
아주 아주 다행히도 사장님께서는 가게를 확장해서 가족분과 함께 운영을 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그곳은 예전의 골목가게의 정겨운 느낌은 사라지고, 다른 최신의 식당들과 마찬가지의 깔끔한 내부와 인테리어여서 조금 당황했고 어색했다. 많이 달라져있었다. 사장님이 냉면을 만드시는 주방은 더 이상 홀에서 볼 수가 없었고, 홀에는 티비소리와 처음 보는 종업원이 서빙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혹시나 맛까지 변했으면 어쩌지, 사장님이 내가 온지 모르실텐데 그러면 우리 사이의 관계는 여기서 끝인건가 난 더 이상 단골이 아닌 그냥 손님이 되는 것뿐이가 이런 잡다한 생각을 하며 기다린 냉면은 충분히 여전히 그 때 그 맛이었다. 한입 먹고는 쉬지 않고 뚝딱 한그릇을 비워내고, 늘 그랬듯이 진하고 따뜻한 육수국물을 회냉면을 먹고 소스가 남은 냉면그릇에 부어 후루룩 마셨다. 깔끔하게 될 때까지.
사장님과 인사는 못했지만 그래도 맛있는 냉면은 여전하구나 하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계산을 하고 나가기에는 아쉬워 주방으로 가서 인사를 드렸다. 사장님은 나를 여전히 알아보셨고, 나를 알아봐주시는 사장님이 고마웠다. 인사와 영상통화를 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가게를 나오니 나도 사장님께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그 동안 내가 받아먹은 서비스 물냉면과 냉면집에서의 기억 등 내가 많은 선물을 받은 만큼 사장님에게도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무엇을 할 까 고민하다 새로 개업을 한 기념으로 축화 화분을 선물해드렸다. 작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부담스러워하시는 사장님이었지만 그것으로도 표현하지 못할 만큼 나에게는 참 소중한 냉면집이니까 아깝지 않았다.

 
 참 슬프게도 새로 개업한 냉면집을 다시 함께 찾았을 때, 사장님께서는 건강상의 이유로 시간을 정해서만 영업을 하신다는 얘기를 들었고, 다시 발걸음은 다른 식당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배가 고팠고, 밥은 먹어야 했기에. 영업시간이 되기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그냥 오늘은 냉면이 먹고 싶어졌다. 냉면하면 떠오르는 하나의 이미지가 자취하면서 즐겨찾던 용답함흥냉면이기에 적다보니 이렇게나 길어졌다. 


 무엇이든 그런 것 같다. 자주 오래 찾는 다는 것은, 그리고 준비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손님을 보는 사장님의 마음은, 사장님이 만들어주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손님의 마음은, 그렇게 별다른 특별할 것 없는 행동을 하여도 서로의 마음이 서로에게 전달되어 그렇게 관계를 만들고 기억을 만들어 추억이 되나보다. 
 
 지금까지 내게 단골이었던 청송막걸리와 용답함흥냉면집이 모두 사라졌다. 단골이 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더 이상 단골로서 찾아갈 곳이 없어진다는 슬픈 사실을 생각하면 애초에 단골이 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의 슬픔으로 지금의 기분 좋음을 포기하기에는 나는 너무 단순한 사람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사장님께서 기존 내가 다니던 용답 함흥냉면이 아니라 자리 이전을 2번 하시고 최근에 또 하셔서 아래의 위치로 이동하셨다고 연락이 왔다. 이젠 한 번 가려면 대중교통으로 1시간30분~2시간을 가야되는 거리라서 마음먹고 가야되기에 아직 못 가봤지만 꼭 가서 다시 맛보고 싶다. 

https://naver.me/FfWenvxD

 

사계절함흥냉면 : 네이버

방문자리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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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용답중앙13길 7 1층(용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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