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알게 해준 책’
(읽은지 꽤 되었고..너무 많은 내용에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쓰는 리뷰)
1.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 : 덕분에 소설까지 보고 다시 시즌2를 기대한다.
- [삼체] 드라마의 화려한 그래픽과 삼체 세계라는 설정 등 매력적인 요소에 빠져들어 드라마 시즌1을 끝내고 시즌2를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삼체 원작 소설의 존재를 알게 되고 무려 3부작!이라는 사실에 바로 주문했다. 그리하여 받은 3권의 책은 452+716+804쪽, 총 1972쪽이라는 어마무시한 두께에 나의 부푼 기대는 나노섬유에 갈라지는 배처럼 힘없이 무너졌었음…
- 그리하여 삼체 3부작을 완독하는데 무려 5개월의 시간이 걸림..(물론 그 사이에 여행도 다니고, 다른 책도 많이 읽었다만…).
- 1권은 (완벽히 똑같지는 않지만) 드라마와 큰 구성이 같은데다 흥미로운 설정에 순식간에 읽었는데,
2권에서 면벽자 얘기와 우주 사회학 공리에 대한 얘기들로 이게 무슨 얘기인가..하면서 제법 오래 끌었고…
3권을 다시 펼치기까지 몇 달이 지났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끝내버리자는 생각에 12월 안에 완독 목표였는데 의외로 흥미진진하면서도 커지는 스케일에 순식간에 끝냄!
- 결국 드라마 삼체로 시작해서 소설 3부작을 다 읽고 나니 이거이거 굉장한 SF소설이구나! 라는 생각으로 머리를 한대 꿍. 너무 방대한 이야기와 흩어진 듯한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내는 것도 대단한데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우주와 물리에 대한 여러 이론들을 적절히 녹여낸 이야기들은 처음 빠져들게 한 드라마가 오히려 아쉬운 느낌이 드는 한 편 시즌 2를 강력하게 기다리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달까.
- 얼른 시즌 2를 내놓아라. (그리고 그 전에 시즌1 다시 정주행 할 생각에 두근두근)
2. 딱 뭐가 좋았냐면
- 삼체세계라는 독특한 설정에서부터 우주 사회학 공리를 이용해서 몇 만년, 몇 광년의 시공간을 건너뛰는 대우주를 풀어내는 이야기가 우주에 대한 내 생각을 한층 확장시켜주는 듯 했다.
- 각각의 이야기들을 상상하는 동안 내 상상력과 이미지화의 능력치가 올라가는 느낌이 드는 동시에 나의 한계를 깨닫기도 한다. (왜냐면 모든 이야기를 이미지화하면서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으므로)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처럼 허무맹랑한 완전 상상력만으로 채워진 것이 아니라 물리천문학, 자연과학의 이론에 기반하여 쓰여진 이야기인 동시에 서사와 구조가 허술한 느낌이 없었고 중간중간 감각적인 문장들을 쓰다듬는 즐거움이 있다.
- But. 낯선 중국이름들로 인해 주요 등장인물 외에 조연들을 익히는게 어려웠고, 실제 이론들은 당연히 내게 이해불가한 영역이었으며, 많은 페이지수는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기 어려웠다.
3. 삼체 1부 삼체문제 : 같은 하늘 아래 3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다.
- 다시금 돌이켜보면 삼체 이야기의 모든 시작은 예원제의 선택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역사가 있었다. 역사에 대한 내용과 새로운 우주세계에 대한 내용과 게임과 실제 인간세상의 모습이 잘 섞인 이야기다. 가상의 이야기가 분명한데 지나간 과거를 기록한 역사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 독특한 생김새나 행동양식을 가진 외계생명체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외계생명체가 살고 있는 ‘삼체 세계’에 대해 포커스가 있는 점이 신선하고 좋았다. 그리고 단순히 지구를 뜬금없이 침략하거나 떠돌다가 알게 된 것이 아니라 3개의 태양으로 인해 자신들의 행성에서 살 수가 없는 상태에서 지구로부터 먼저 연락받고(?ㅋㅋ?) 온다는 설정이 전혀 어색하지 않아서 좋았다
- 각자가 살고 있는 세상에 회의적인 예원제와 1379호 감청원은 어쩌면 서로의 세계에 필요한 존재들이었는지 모르겠다.
- 드라마를 먼저 보고 읽으면서 소설과 드라마의 차이점을 찾는 재미도 있었고, 이미 시각화가 되어있었기에 소설 속 내용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 하이라이트의 하이라이트
. “만일 삼체 문명이 인간 세계에 들어온다면 여러분은 어떤 태도를 취하겠습니까?”
. “삼체 문명에 염증을 느낀지 오래입니다. 우리의 삶과 정신에는 생존을 위해 싸우는 일 말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것이 잘못되었나?” ”물론 잘못된 것은 없습니다. 생존은 다른 모든 것의 전제니까요. 하지만 원수님, 우리의 삶을 보십시오. 모든 것이 문명의 생존을 위해 존재합니다. 전체 문명의 생존을 위해 개인의 존엄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할 수 없으면 죽어야 합니다. 삼체 사회는 극단적인 억압 정치에 놓여 있습니다. 법률도 유죄 아니면 무죄, 딱 두 가지 뿐입니다. 유죄면 사형, 무죄면 석방됩니다. 제가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정신의 획일화와 메마름입니다. 정신을 허약하게 하는 모든 것이 죄악으로 치부됩니다. 우리는 문학도 예술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향유하는 것도 없습니다. 심지어 사랑도 고백할 수 없습니다…원수님, 이런 삶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네가 말한 그런 문명이 삼체 세계에도 있었다. 자유와 민주가 있던 사회였고 풍부한 문화유산을 남겼다. 네가 볼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대부분은 봉쇄되고 금서가 되었다. 삼체 문명의 윤회 속에서 그런 문명이 가장 허약하고 가장 단명했기 때문이다. 난세기의 작은 재난에도 멸망해버렸지. 이제 네가 구하려고 했던 지구 문명을 보자. 영원히 봄 같은 아름다운 온실 속에서 곱게 자란 사회를 삼체 세계에 옮겨놓는다면 100만 삼체시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 꽃은 연약하지만 아름답지 않습니까. 그 꽃은 천국의 한적함 속에서 자유롭고 아름답습니다” ”삼체 문명이 그 세계를 점령하면 우리도 그와 같은 삶을 누릴 수 있다.”
.(작가의말) 나는 도덕감 제로인 우주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100퍼센트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도덕이 있는 인류 문명은 이 우주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
.(작가의말) 과학소설이 다른 환상문학과 다른 점은 그것이 진실과 가늘게라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과학소설이 현대의 신화이지 동화가 아닌 것이다. 잘 쓴 과학소설이란 제일 변화무쌍하고 제일 정신 나간 상상을 뉴스 보도처럼 진실하게 쓴 것이라고 나는 늘 생각했다. 과거의 기억은 언제나 진실하다. 나는 역사학자가 과거를 진실하게 기록하는 것처럼 소설을 쓰고 싶다. 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4. 삼체 2부 암흑의 숲 : 사랑은 생존에 필요한 요소가 될 수 있는가
- 개인적으로는 2부가 가장 읽기 힘들었다. 단순히 페이지가 많아서라기보다 1부와 3부를 연결하는 2부의 역할을 너무 충실히 하고 있어서 그 개념들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면벽자들 각자의 스토리가…내게는 겉도는 느낌이라서 잘 읽혀지지가 않았다.
- 2부에 나타나는 우주사회학의 2가지 공리와 2가지 개념은 삼체 소설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인데 2부를 읽을 당시에는 스쳐지나가서 3부를 읽을 때 다시 2부를 꺼내서 뒤적거리며 읽어내려갔다. 2부는 이거 하나로도 충분하다.
- 우리는 외계인이 침공할 수도 있다는 상상으로 지구가 침략 당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도 왜 ‘우주’라는 단어에 대해서 막연하게 낭만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오히려 어둠만이 있는 우주는 암흑의 숲처럼 두려운 공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는데..
- 면벽자 스토리는 쬐끔..사실 쬐끔 많이 지루하긴했다. 이거 영상으로 만들면 흥미도 확 줄어들꺼 같은 불안한 예감인데 어떻게 각색해서 풀어낼 지 궁금하다.
- 하이라이트의 하이라이트
. “우주사회학의 공리란 뭔가요?” ”첫째, 생존은 문명의 첫 번째 필요조건이다. 둘째, 문명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확장되지만 우주의 물질 총량은 불변한다.”
. “이 밖에도 두 가지 중요한 개념이 더 있어. ‘의심의 사슬’과 ‘기술 폭발’이지”
. 아직까지 인류에게 비밀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개개인의 내면세계입니다. ~ 외부세계와 소통하지 않는다면 우리 개개인은 지자에게 영원히 비밀이 보장됩니다. 이것이 바로 면벽 프로젝트의 바탕입니다.
. 그들은 그들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몰라요 그들은 그들이 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몰라요. 끝없는 의심의 사슬이에요. 그들은 우리가 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몰라요. 어떻게 해야 이 의심의 사슬을 끊을 수 있을까?
. 뤄지 박사 어젯밤 강연에서 당신이 말했다. 우주가 암흑의 숲이라는 사실을 인류가 오랫동안 깨닫지 못한 것은 문명이 성숙하지 못해 우주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인류에게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 당신과 한 가지 가능성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다. 사랑의 싹은 우주의 다른 곳에도 존재할 수 있다. 우리는 그 싹이 자라 무성하게 자라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모험을 해볼 수는 있죠” 그렇다. 모험을 할 수 있다. ”내겐 한 가지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눈부신 햇빛이 암흑의 숲속을 비출 수 있기를 바랍니다”
5. 삼체 3부 사신의 영생 : 순간의 선택들이 모여 광활한 우주의 끝과 시작을 보여주는군.
- 뭐야 결국 사랑이야? 라고 생각했던 초반부의 내용은 사랑이여야만 설명이 되는 거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 많은 SF소설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우주에 대해 얘기한 책은 드물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하물며 없는 내용빼고 다 있다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도 우주의 끝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우주의 종말을 보는 얘기는 있지만 그 종말 너머에 있는 새로운 우주의 시작에 대한 내용은 없었는데 3부에서는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시공간을 초월해서 우주의 여러 모습들을 묘사한다. 그 묘사를 읽으며 머릿 속에 상상을 꾸역꾸역 해나가는 내가 대견할 정도.
- ‘암흑의 숲’ 상태에 대해 던져두었던 얘기들을 하나하나 엮어서 마무리 짓는 과정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끝내 화합되지 못하는 삼체 세계와 지구 세계의 필연적인 흐름이라든지, 아이러니하게 호주 대륙으로 이주하게 되는 인류라든지, 정말 은하계 너머 어디선가 좌표만으로 쏘아대는 광립 아니 2차원 종이쪽지라든지. 상상력이란 이런거구나.
- 원톈밍의 동화로 은유하는 전체 얘기는 정말….이야기 속에 더 깊은 이야기를 잘 포장할 수 있구나를 깨닫습니다…
- 인간이 3차원에 살고 있기에 그 이상의 고차원에 대해서만 생각했었는데…우주가 2차원, 저차원으로 될 수 있다는 것은 삼체를 통해서 처음 생각해보게 되었다.
- 하이라이트의 하이라이트
.현재의 지구는 생명체가 자신을 위해 만든 터전이에요. 신과 무관하게요.
.인류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에요. 인류에 대한 사랑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사랑에서 시작돼요. 먼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다하세요.
.“우주는 동화가 아니야.”
.생존을 가로막는 건 무능과 무지가 아니라 오만이에요
.“인류에게 광속 항해는 이정표 같은 사건이에요. 제3차 계몽운동 또는 제3차 르네상스라고 할 만해요. 광속 항해가 인간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문명과 문화를 변화시켰으니까요.” ”맞아요. 광속으로 진입한 순간 나도 변했어요. 내가 살이 있는 동안 시공을 초원하는 게 가능하다는 걸 알았죠. 공간적으로는 우주 끝까지도 갈 수 있고, 시간적으로는 우주 최후의 날까지도 갈 수 있어요. 지금까지는 철학적인 차원이었던 것들이 갑자기 구체적인 현실이 됐어요.” ”그렇죠. 우주의 결말, 우주의 목적 등등 지금까지는 철학적이고 공허했던 문제들이 이제는 평범한 사람들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가 됐어요”
.“생각해보세요. 기술적으로 무한한 능력을 가진 문명에게 가장 위력적인 무기가 뭘까요? 기술적인 관점이 아니라 철학적인 관점에서요.” ~~~ ”우주의 법칙이요. “
.그런 재앙들과 태양계의 멸망이 나와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건 영원히 증명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나와 관계가 있고 내게 책임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 지금 나는 책임의 꼭대기에 오르려 하고 있다. 우주의 운명을 책임질 것이다. 물론 우리 두 사람이 우주의 운명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건 아니지만 그 책임에 우리의 몫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
.모든 지적 존재의 문명은 결국 그들이 가진 생각의 크기만큼 발전한다.
.(서평)우주의 시작과 끝, 진정한 모습에 대해 그는 과감하게 추측하고 생각하고 묘사했다. 그의 생각이 정확한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인간이 무슨 생각을 하든 조물주는 비웃을 테지만, 인간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면 조물주는 비웃음조차 짓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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